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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4분의 1

sballo 2024. 1. 25. 05:37


9월의4분의1.숫자로 가득한 이 책은,전에<아디안텀 블루>라는 꽤 아름다운 감성의 연애소설의 작가. ‘오사키 요시오’의 다른 작품이다.아디안텀 블루는 책 한권에 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장편소설이었다면.이9월의4분의1에는 단편소설4개가 실린 소설집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그리고 복잡하고 끝이 없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작업이‘생각한다’는 것이다. - 20p첫 단편‘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는 독특한 삼각관계가 특징인 단편이다.주인공과,그의 친구 다케이,그리고 다케이의 여자 친구이자 묘한 삼각관계의 주범인 여성 요리코.주인공은 체스에 빠져서 산다.그게 무의미하고 인생에 있어 그가 체스에 허비한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을 알지만,그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체스를 연구하고 집착한다.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아서 결말을 말하진 않겠지만,뒷맛이 썩 씁쓸한 단편이었다고 기억한다.모든 삼각관계가 그렇듯.인간의 마음들이 만나서 꼬이게 되면 좋은 꼴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사람이나 거리는 세월에 따라 변해간다.모든 것이,시간의 흐름과 함께 멈출 수도 없이 변해간다.그러나 노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그대로 남는다.” - 122p세 번째 단편,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는 밴드 이야기가 특징인 단편이다.기타를 사랑하는 청년 마쓰자키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소녀 마미가,우연히 알게 되어 감정을 나누고,음악에 대해 토론하며,같이 노래를 부르는 그런 얘기다.상당히 소설스러워서 좋았다고 해야 할까.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보니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최근엔 단순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소설보단,왠지 현실이 애매하게 반영되어 쌉쌀한 기분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깊게 남아있는 작품이 많은데,이렇게 즐길 수 있는 소설도 가끔은 좋지 않나 싶다.마미는 내면에서 넘쳐흐르는 감정을 숨김없이 노래하고 있었다.어째서 슬픈 것일까?무엇에 화내고 있는 것일까?왜 노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마미는 차례차례 넘쳐흐르는 감정을 넘쳐흐르는 대로,노래에 담아 실을 자아내고 있었다. - 145p작중,마미가 부르는 노래의 표현을 듣고 국내 인디밴드인‘쏜 애플’이 떠올랐다.지난여름 홍대에서 라이브를 봤을 때,보컬 윤성현은 정말 자신의 감정을 미친 듯이 내지르는 모습을 보여 전율을 일게 했었다.노래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되는 것 같다.마미의 노래를 들은 주인공,마쓰자키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나처럼 노래를 듣고 전율이 일지는 않았을지.틀림없이 좌절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기 위해 내 신경의 어딘가가 괴사해버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확실히,내 어떤 부분은 죽어 있다.돌로 된 광장 한가운데 누워,나는 비에 몸을 내맡겼다.별도,달도,아무런 빛도 없는 캄캄한 하늘과 낡은8밀리 영상처럼 어색하게 돌아가는,광장이라는 세계 한가운데에서. - 194p벨기에의 그랑 플라스.거기에서 우연히 운명처럼 만난 일본인2명.오사키 요시오는 상당히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헌신적인 관계를 좋아하는 것 같다.그게 참 드라마틱하고 우연에 우연을 만나 우연에 겹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그는 그 현상을 너무나 아름답고 일상적으로 풀어낸다.제목인9월의4분의1은 마지막 단편을 다 읽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결말을 알고 내가 느낀 점은 사랑엔 노력이 필요하구나.중요한 말은 애매하게 하면 안 되겠구나.그 정도뭐랄까.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상당했다 책으로써 가치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주인공 멍청이가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한 아쉬움이다.아쉬웠지만 재밌었다.결론은 재밌는 책이었다.요사키는 상당히 괴짜처럼 생겼는데 그의 문장은 정말로 아름답다.사랑에 푹 빠졌을 때와 같은 눈부신 문장으로 소설 군데군데를 꽉 채워놓은 상당한 문장가라고 생각한다.그의 괴짜 같은 외모 때문에 사랑을 많이 해보진 못했을 것이란 외모 지상 주의적 생각도 들지만.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라면 꽤 괜찮은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아름답고 의심 없는 사랑이야기가 문득 읽고 싶어지는 쌀쌀한 계절에 추천하는 책이다.
독특한 실마리를 통해 풀어가는 서정적인 이야기와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돋보이는 단편 모음집이다. 2002년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한 네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이 책은 모두 한결같이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1인칭 시점의 작품들. 그리고 그들에게서는 작가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짙게 투영되어 있다. 애잔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작가는 작품 각각의 세계와 흘러간 시간을 드러내는 표상적인 소도구들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런 표상적인 소도구들로 ‘지금, 현재’의 나를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과거이며 기억이라는 것을, 현재의 나를 지탱시켜 주는 것은 무심코, 혹은 안타깝게 놓쳐버린 과거의 사랑이라는 것을, 작가는 절절하게 노래한다.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
9월 4분의 1